케이트 레이워스(Kate Rawo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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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아기가 기려고 하는 걸 본 적 있으신가요? 부모라면 아시겠지만 눈을 뗄 수 없는 광경이죠. 아기는 바닥에서 꿈틀대기 시작합니다. 등을 맞대고 움직이다가 앞으로 몸을 끌어당긴 후 몸을 일으켜 세웁니다. 그러면 모두가 박수를 칩니다. 앞으로 몸을 당겨 위로 일어서는 단순한 동작이 인간의 가장 기초적인 발달 방향입니다.

인류의 진화도 마찬가지죠. 4족 보행 인류를 거쳐 직립보행 인류인 호모 에렉투스 인간으로 묘사되는 늘 걷는 모습의 호모 사피엔스까지요.

그래서일까요? 우리는 당연하게도 경제발전도 유사한 형태를 띠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상향 성장 곡선을 바랍니다. 다시 생각해볼 시점입니다. 성장의 형태를 다시 그려봅시다. 현재의 경제구조는 번영과는 무관하게 성장을 추구합니다. 정작 필요한 것은, 특히 부유한 국가의 경우 함께 번영할 수 있는 경제입니다. 성장과는 무관하게요. 네, 말장난 같지만 엄청난 패러다임의 변화를 내포하고 있죠.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함께 번영하고 싶다면 반드시 달성해야 할 변화입니다.

그렇다면 성장에 대한 집착은 어디서 왔을까요? GDP, 또는 국내 총생산은, 일 년간 판매한 재화와 서비스를 합산한 값일 뿐입니다. 1930년대에 처음 등장했지만 곧 정책입안의 최우선 과제로 부상하죠. 심지어 오늘날에도 세계 강국의 정부 조차도 경제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더 많은 성장을 내세웁니다.

무슨 계기가 있었을까요? 1960년 월터 로스토우가 저술한 경제서를 살펴봅시다. 이 책을 너무 좋아해서 초판본을 소장하고 있어요. "경제 성장의 단계: 비공산당 성명"

(웃음)

정치적 성향이 다분하죠?

로스토우는 경제성장을 다섯 단계로 구분하였습니다. 첫째, 전통적인 사회로 국가 생산은 기술, 제도, 사고방식의 한계로 제한받습니다. 곧 선행조건 충족단계로 돌입하는데, 이때 금융업계가 출현하고 업무 기계화가 시작됩니다. 국위를 선양하고 자녀에게 더 나은 삶을 선사하는 등 더 높이 도약하기 위해 성장이 필요하다는 믿음이 싹틉니다. 다음은 도약 단계입니다. 경제제도에 복리가 포함되면서 성장은 정상 조건이 됩니다. 넷째, 성숙단계에는 어떤 천연자원을 보유 여부와 관계없이 원하는 형태의 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마지막 5단계는 고도 대중 소비기입니다. 원하는 상품은 무엇이든 구매할 수 있게 됩니다. 자전거나 재봉틀 등을요. 1960년대라는 점을 잊지 마세요.

비행기로 비유해보겠습니다. 이 비행기는 다른 비행기와는 매우 다릅니다. 착륙할 수 없는 비행기지요. 로스토우는 대량 소비라는 일몰 속을 비행하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는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다음과 같이 썼었죠. "그 다음 질문은 무엇일까요. 역사는 그저 일부만을 알려줍니다. 실질소득 증가 자체의 매력이 사라지는 시기가 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그는 질문은 던졌으나 대답은 하지 않았습니다. 때는 1960년으로 그는 존 F. 케네디 대통령 후보의 고문이었습니다. 5% 성장은 케네디의 주요 선거공약이었습니다. 로스토우의 역할은 이 비행기를 계속 날게 하는 것이지 언제, 어떻게 착륙할 수 있을지 묻는 것이 아니었죠.

우리는 여전히 대량 소비의 일몰로 비행 중입니다. 반 세기가 넘도록 우리는 무한한 경제성장을 기대하고 요구하며 의존하고 있습니다. 금융, 정치,사회에 걸쳐 성장에 중독되어 있기 때문이죠. 현재 금융시스템은 최대 금전적 이익을 추구하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성장에 집착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결과 상장기업은 매출, 수익, 시장점유율에 걸쳐 성장에 대한 꾸준한 압박을 받습니다. 그리고 은행은 대출서비스를 통해 금리를 부여합니다.

상황을 위해서는 더 많은 돈이 필요하고요. 정치 역시 성장에 빠져있습니다. 정치인들이 세금을 늘리지 않고 세수입을 확충하고자 합니다. 여기에는 GDP 증가가 확실한 방법처럼 보입니다. G20 기념사진에서 빠지고 싶은 정치인도 없습니다.

(웃음)

다른 곳에서 성장 중인데 우리만 성장을 멈춘다면, 곧 신흥 정치인에게 자리를 빼앗기게 됩니다. 사회적으로 성장에 빠져있습니다. 100년에 걸친 소비 조장 선전의 결과이죠.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조카인 에드워드 버네이스가 고안한 선전 전략으로 그는 삼촌의 정신분석학을 활용해 수익성이 높은 쇼핑 테라피를 만들어냅니다. 마치 소비가 나 자신을 변화시킨다는 믿음을 심어주었지요.

이 중독이 해결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현재보다 더 큰 관심이 필요하죠. 인류가 놓인 상황을 들여다봅시다. 글로벌 GDP는 1950년에 비해 10배 성장하였고 세계 수십억 명이 번영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세계 경제는 믿기 힘들 정도로 분열되었고 부의 심각한 쏠림 현상으로 전 세계 상위 1%에게 부가 집중되어 있습니다. 경제는 믿기 힘들정도로 퇴화되어가고 인류의 삶의 터전인 이 지구의 섬세한 균형을 급속히 위태롭게 하고 있습니다. 현 사태를 파악한 정치인들은 새로운 성장을 제시합니다. 녹색 성장, 포용 성장, 스마트, 탄력, 균형 성장. '성장'만 들어간다면 어떤 미래도 가능하다는 식이죠.

이제는 더 높고 큰 포부를 가져야 할 때입니다. 21세기의 도전 과제는 분명해졌습니다. 경이롭고 유일한 지구에서 모두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동시에 인간과 자연이 나란히 번영할 수 있어야 합니다.

목표달성을 향한 과정을 돈으로 측정할 수 없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지표로 채워진 계기판입니다 이상적인 미래의 모습을 생각하면 이상하게 들리시겠지만 도넛 모양의 경제구조가 그려집니다. 이상하게 들리죠? 그렇지만 지금 소개하는 도넷 경제 모델이 인류에게 매우 유익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인류의 자원사용은 중심에서 뻗어나간다고 가정하죠. 중심에 뚫린 구멍은 기초적 필수요소의 박탈상황을 의미합니다. 존엄하고 기회가 있는 삶을 위해 필요한 식량, 보건, 교육, 정치 발언권, 주거공간 등이 결여된 상태입니다. 모두가 구멍에서 벗어나 튼튼한 사회적 기초 위에서 도넛의 녹색 영역으로 진입하기를 원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부분인데요. 공동 자원 사용 수준이 지구의 생태 천장인 바깥쪽 원을 넘어서는 안됩니다. 인류가 가하는 어마어마한 압박때문에 지구는 정상상태를 벗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기후 붕괴와 해양 산성화가 발생하고 오존층에 구멍이 나고 있습니다. 11,000년간 인류에게 삶의 기반이자 자비로운 보금자리였던 지구의 한계선을 초월하고 있는 상황에 이르렀죠.

한계선 내에서 모두의 필요를 충족시켜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아야 합니다. 새로운 형태의 진보가 필요하죠. 끝없는 성장 곡선을 대신하여 가장 안전한 지대를 찾아야 합니다. 사회적 기초와 생태한계 사이에서 역동적 균형을 유지하면서요. 도넛 경제를 그린 후 상당수 고대 문명의 상징에서 동일한 역동적 균형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마오리족 타카랑기에서부터 도교의 음양, 불교의 만다라, 켈트족의 이중 나선.

21세기에서도 역동적 균형을 찾을 수 있을까요? 중요한 질문입니다. 빨간 쐐기를 보세요. 균형과는 거리가 멀죠. 과부족이 동시에 발생하고 있습니다. 구멍 속을 보시면 전세계 수십억 명이 기본적 생활을 영위하지 못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네 가지 영역에서 이미 지구위험한계선을 초월하고 있습니다. 기후 붕괴라는 되돌릴 수 없는 위험과 생태계 몰락을 야기하고 있죠. 이것이 우리의 현주소입니다. 바로 21세기 초반을 살아가는 우리의 자화상입니다.

지난 세기의 그 어떤 경제학자도 이런 상황과 마주하지 않았죠. 그런데 왜 우리는 그들의 경제이론으로 우리가 직면한 도전 과제를 해결하려 할까요? 우리만의 아이디어가 필요합니다. 불균형을 최초로 목격한 세대이자 상황을 반전시킬 기회를 가진 마지막 세대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세기 경제학은 이렇게 말했죠. 만약 성장으로 불균등이 발생하면 재분배하지 마라. 더 많은 성장으로 균등을 되찾을 수 있다. 성장으로 오염이 발생해도 규제하지 말라. 더 많은 성장으로 오염을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성장이 해결해준 것은 없습니다. 앞으로도 그럴거고요. 과부족 현상을 한번에 해결가능한 경제 모델이 필요합니다. 재분배를 보장하는 재생적인 경제구조가 필요합니다. 우리가 물려받은 산업은 퇴행적입니다. 자원을 이용하여 원하는 물건을 만들고 한동안 사용한 후, 종종 딱 한번 사용하고 버립니다. 이 패턴은 지구위험한계선으로 인류를 밀어넣고 있습니다. 이 화살이 둥글게 만들어야 합니다. 지구 사이클과 함께 가는 경제를 창조해야 합니다. 자원은 완전히 소모하지 않고 계속 재사용하여 햇빛으로 돌아가는 경제로 폐기물이 자원이 되는 경제입니다.

곳곳에서 이와같은 재생적 경제 모델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키토에서 오슬로, 하라레에서 호바트까지 전 세계 100여곳의 도시에서 태양, 바람, 파도에서 전력의 70%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런던, 글래스고, 암스테르담은 순환도시를 선도하며 도시에서 나온 폐기물이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에티오피아의 티그레이에서 호주 퀸즐랜드에 이르기까지 농부와 삼림업자는 척박했던 땅을 다시 살려내어 생명이 가득한 경지를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재생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분배입니다. 분배의 경제를 실현할 유례없는 기회가 왔습니다. 중앙집권적 기술과 제도의 시대였던 20세기에는 부, 지식과 권력이 소수에게 집중되었습니다. 그러나 21세기에서는 기술과 제도를 디자인하여 다수에게 부와 지식을 분배하고 권한을 부여할 수 있습니다. 화석 연료와 대량 제조를 대체할 재생 에너지 네트워크, 디지털 플랫폼, 3D 프린터가 있습니다. 200년 동안 기업이 통제하던 지적재산의 시대는 끝나고 바텀업, 오픈소스, P2P 지식공유가 등장했습니다. 주주의 최대 수익을 추구하는 기업들이 갑자기 구식으로 보이기도 하죠. 다양한 가치를 재생산하고 네트워크로 공유하는 사회적기업과 비교했을 때요. 인공지능과 블록체인 사물인터넷과 재료과학까지 현재의 기술을 활용하여 분배의 경제 모델을 설계할 수 있다면 보건, 교육, 재무, 에너지, 정치적 발언의 기회를 필요한 이들에게 제공하고 힘을 실어줄 수 있습니다. 재생적, 재분배적 모델은 21세기 경제에 획기적인 기회를 제공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로스토우의 비행기는 어떻게 될까요? 무한한 녹색 성장을 희망을 놓지 않은 사람들도 있습니다. 비물질화에 기대어 자원의 사용을 줄여나가면 지속적 GDP 성장이 가능하다고 믿죠. 데이터를 봅시다. 매우 사치스러운 비행이죠. 물론 경제를 비물질화 시킬 필요는 있습니다. 그러나 끝없는 성장 의존은 자원 사용과 분리할 수 없습니다. 지구한계선 안으로 돌려놓는 척도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습니다.

이 관점이 낯설다는 건 이해합니다. 성장은 좋은 거니까요. 그렇죠? 우리 모두 아이가 성장하고 식물이 자라길 바랍니다. 자연 속 성장은 아름답습니다. 건강한 삶의 원천이지요. 거쳐야하는 과정입니다. 에티오피아와 네팔 같은 국가는 성장 단계에 있습니다. 연 7%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면서요.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볼까요. 아이의 발 크기도 아마존의 삼림도 영원히 성장하는 자연은 없습니다. 성장하고 때가 되면 성장을 멈추고 성숙합니다. 이러한 과정은 오랫동안 번영하기 위해 꼭 필요합니다. 우리도 이미 알고 있죠. 만약 제 친구가 병원에 갔는데 종양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면요? (Growth: 성장, 종양) 그때 성장의 의미는 매우 달라지죠. 건강한 몸 속에서 영원히 성장하려 한다면 우리는 본능적으로 느끼게 됩니다.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고요. 그런데 왜 우리는 경제만은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고 영원히 성장하기를 바라는 것일까요? 금융, 정치, 사회적 혁신을 통해 성장에 의존하는 경제구조를 즉시 극복해야 합니다. 그 대신 번영과 균형에 집중할 때입니다. 사회적, 생태적 도넛의 동심원 안에서요.

한계선를 둔다는 것에 경계심이 든다면 다시 생각해보세요. 이 세상에서 가장 독창적인 사람들은 한계를 창조의 원천으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모차르트의 5옥타브 피아노 지미 헨드릭스의 6줄 기타 세레나 윌리엄스의 테니스 코트. 모두 경계 안에서 잠재력이 발휘되었습니다. 도넛의 한계선이 발휘할 잠재력은 인류의 번영입니다. 무한한 창의성과 참여, 소속감과 의미.

모든 독창성을 발휘해야 그 목표에 다가갈 수 있습니다. 한번 해봅시다.

감사합니다.

(박수)